1. 무효의 종류
(1) 절대적 무효와 상대적 무효
절대적 무효는 법률행위를 행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효력이 없다. 즉, 누구에게나 주장할 수 있는 무효를 말한다. 의사무능력자의 행위,반사회질서의 행위,강행법규위반의 행위 등이 그 예이다. 상대적 무효는 법률행위를 행한 당사자 사이에서는 무효이지만 특정인, 즉 선의의 제3자에게 무효사유를 주장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비진의표시의 무효(제107조 제1항 단서).허위표시(제108조) 등이다.
(2) 당연무효와 재판상 무효
당연무효란 법률행위를 무효로 하기 위하여 별단의 행위나 절차를 요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민법상의 무효는 당연무효가 원칙이다. 재판상 무효는 소(소송)에 의해서만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하는데, 회사설립의 무효, 회사합병의 무효, 주주총회결의무효 등 상법에서 특히 문제된다.
(3) 전부무효,일부무효(제137조)
전부무효는 법률행위 내용의 전부가 무효인 것이다. 일부무효는 무효의 원인이 법률행위의 내용의 일부에만 존재하는 경우로 민법은 제137조에서 전부를 무효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다만 그 무효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될 만한 사정이 있을 때에 한하여 나머지는 유효로 하여 일부만 무효가 된다고 한다. 이를 일부무효의 법리(一部無效의 法理)라고 한다. 이때에 일부만으로 법률행위를 하였으리라고 인정될 만한 사정이 있는가에 대한 것은 당사자의 실제의사가 아닌 가상적 의사의 해석을 통하여 이루어질 것이다. 일부무효의 법리는 일부취소에 유추적용한다.
(4) 확정적 무효, 동적 무효
법률행위의 무효는 처음부터 효력이 확정적,계속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확정적 무효를 원칙으로 한다. 법률행위의 효력이 현재는 확정적으로 발생하지 않으나 사후에 허가를 받거나 추인 등에 의하여 법률행위시에 소급하여 유효하게 될 수 있는 법적 상태를 유동적 무효(流動的 無效)라고 한다. 우리 판례는 구 국토이용관리법상 토지거래허가지역 내의 토지 매매계약의 효력과 관련하여 허가를 받기 전의 계약을 유동적 무효인 상태에 있다고 한다. 이를 상술하면 아래와 같다.
① 구 국토이용관리법상 허가받을 것을 전제로 하여 체결된 계약은 확정적으로 무효가 아니라 허가를 받기까지 유동적 무효의 상태에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할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한 경우는 확정적으로 무효이다. 한편 관할관청의 불허가처분이 확정된 경우나 당사자 쌍방이 허가신청협력의무의 이행거절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 등은 확정적으로 무효이다.
②당사자는 계약이 효력을 발생할 수 있도록 협력할 의무가 있으므로 공동으로 관할관청의 허가를 신청할 의무가 있고,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당사자에 대하여 상대방은 협력의무의 이행을 소송으로써 구할 실익이 있다. 그리고 협력의무의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액의 약정도 유효하다. 그러나 협력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
③ 유동적 무효인 상태에서 당사자는 계약내용에 따른 물권적 효력은 물론, 채권적 효력도 발생하지 않으므로 의무(채무)를 부담하지 않고 따라서 계약내용에 따른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이나 계약의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
④ 이미 지급한 계약금 등은 유동적 무효 상태이므로 그 계약금 등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부당이득반환의 청구). 그러나 계약금(민법상 해약금으로 추정)에 의한 해제권의 행사는 가능하다.
⑤ 허가가 있을 것을 조건으로 하여 장래이행의 소로써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청구도 할 수 없다.
⑥ 강행적 법률인 구 국토이용관리법의 토지거래 허가규정을 위반한 경우 위반자 스스로가 무효를 주장함이 신의칙 위반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면, 동법의 입법취지를 몰각시키는 것이므로 그러한 주장은 신의칙 위반이 아니다.
⑦ 유동적 무효상태에 있는 법률행위도 허위표시, 착오, 기,강박 등의 이유로 당사자는 거래허가의 신청하기 전 단계에서 무효,취소를 주장하여 그 계약을 확정적으로 무효화시킬 수 있다.
⑧ 토지거래허가구역지정이 해제되거나 허가구역지정기간이 만료되었음에도 재지정하지 아니한 경우 그 토지거래계약은 확정적으로 유효로 되었다고 할 것이다.
2. 무효의 효과
무효인 법률행위에 기하여 아직 이행 전이면 이행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미 이행한 때에는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취하고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부당이득으로 이를 반환하여야 한다(제741조).
한편 무효의 원인이 반사회질서행위에 의한 경우는 불법원인급여가 되어 부당이득의 반환을 할 필요가 없다(제746조 본문). 그러나 불공정한 법률행위(제104조)로 인한 수익자(폭리자)는 그의 반환청구가 부정된다.
3. 무효행위의 전환
(1) 의의
무효행위의 전환(無效行爲의 轉換)이라 함은 원래 의도한 법률행위는 무효이지만 다른 법률행위로서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 경우에,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가 무효임을 알았더라면 다른 법률행위를 할 것을 의욕하였으리라고 전제하여 그 다른 법률행위로서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제138조).
(2) 요건
성립한 법률행위가 무효이어야 한다.(무효행위의 존재)
당사자가 그 무효를 알았더라면 다른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을 의욕하였으리라(가정적 의사)고 인정되어야 한다.
다른 법률행위로서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이른바 다른 법률행위가 원래의 법률행위에 내포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요식행위에서 불요식행위로의 전환은 인정할 수 있으나 그 반대는 어렵다. 다만 예외적으로 판례는 다음과 같이 요식행위로의 전환을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 ㉠ 비밀증서의 유언으로서는 무효인 법률행위가 자필증서의 유언으로의 요건을 갖추었다면 후자의 유효한 법률행위로 인정한다(제1071조). ㉡ 혼인 외의 출생자를 혼인 중의 출생자로 출생신고를 한 경우에 그 신고를 친생자출생신고로서는 무효이지만 인지신고로서는 그 유효성을 인정한다(대법원 1971.11.15.선고 71다1983판결). ㉢ 타인의 자를 자기의 자로 출생신고를 한 경우에 당사자 사이에 양친자관계를 설정하려는 명백한 의사가 있고 기타 입양의 성립요건이 모두 구비된 때에는 입양으로서의 효력이 발생한다(대법원 1977.7.26.선고 77다492판결).
(3) 효과
무효행위의 전환의 요건을 구비하면 무효인 법률행위는 다른 법률행위로 효력이 발생한다. 이는 무효인 그 법률행위가 유효인 행위로 되는 것은 아니다.
4. 무효행위의 추인
(1) 의의
무효인 법률행위는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되어 있으므로 이를 추인하여도 유효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당사자가 그 행위가 무효임을 알면서 이를 추인한 때에는 새로운 법률행위를 한 것으로 본다. 이는 그 무효의 원인이 없어진 것을 전제로 하여, 그 추인한 때로부터 새로운 법률행위를 한 것으로 보겠다는 취지이다.
(2) 요건
① 추인시하는 때에는 새로운 법률행위의 유효요건(즉 무효사유의 종료)이 존재하여야 한다.
② 당사자는 법률행위가 무효임을 알고서 추인하여야 한다.
③ 추인은 의사표시로써 하는데, 이때 의사표시는 명시적이든 혹은 묵시적으로든 무방하다.
(3) 효과
무효행위를 추인하면 새로운 법률행위가 성립되어 그때부터 유효하게 된다. 즉, 소급효가 없다(장래효적 추인). 다만, 제139조가 임의규정이므로 당사자 사이에 한해서 제3자에게 손해가 없다면 소급효를 인정할 수 있다.